금융시장 선진화의 역설: '제민지산(制民之産)' 논쟁과 시장의 딜레마
2019년 세상을 떠난 사회학자 임마누엘 월러스틴은 그의 대표작 『근대 세계체제』에서 자본주의 경제의 핵심 동력을 '자본의 끊임없는 축적'으로 규정하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가 갖는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국가 간 체제와 시장으로 구성된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자본의 끊임없는 축적'이 이루어지는 곳이 진정한 시장이라고 역설했습니다.
월러스틴의 주장은 오늘날 금융시장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금융시장 선진화는 경제 성장의 필수적인 요소로 여겨져 왔지만, 동시에 시장의 불공정성, 자본의 편중, 그리고 소득 불평등 심화 등 다양한 문제점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마치 고대 중국의 '제민지산(制民之産)' 정책과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제민지산'은 국가가 백성들의 생산 활동을 통제하고 관리하여 국가 재정을 확보하려는 정책이었지만, 결국 백성들의 생산 의욕을 꺾고 경제의 침체를 초래했습니다.
오늘날 금융시장에서 나타나는 문제점 역시 '제민지산'과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과도한 규제와 통제는 시장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혁신을 저해할 수 있으며, 반대로 규제 완화는 특정 세력에게 유리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여 불공정한 경쟁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결국 금융시장 선진화의 목표는 경제 성장을 위한 효율적인 시장 구축이 되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회적 형평성과 공정한 경쟁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금융시장 선진화는 단순히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모든 경제 주체가 공정하게 참여하고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포용적인 시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기업, 그리고 시민 사회가 함께 노력하여 시장의 불공정성을 해소하고 투명성을 높이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또한, 금융시장의 위험 요인을 관리하고 위기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결론적으로, 금융시장 선진화는 '자본의 끊임없는 축적'이라는 자본주의의 논리를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월러스틴의 '제민지산' 논쟁을 되돌아보며, 금융시장 선진화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고, 보다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입니다.